습한 열기가 물러가고 완연한 가을의 선선하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어느날
친구들과 계동으로 놀러 갔습니다.
저녁 시간 끄트머리 쯤 캐치테이블로 예약한 일월카츠.
꽤나 맛집이어서 기다린 것도 맞지만, 통유리 창 안으로 보인 적은 테이블로도 대기인원이 쉽게 생기겠구나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명에게 한꺼번에 음식을 만들어 내놓기 보단, 적은 인원에게 더 정성을 쏟아 음식을 내놓으려는 주인의 의도일까요?
몇몇 메뉴는 한정수량이었는데, 제가 갔을 때는 없었나봅니다. 친구가 입장하기 전 이미 히레, 로스 카츠를 주문해두었습니다. 주문이 가능했다면 분명 특!, 상!, 목살카츠를 시켰을테니까요. 가격 자체는 여타 돈카츠 집과 비슷합니다.
마치 바(Bar)와 같은 구조로 식탁이 주방을 바라보도록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종업원과 요리사, 손님이 아주 가까이에 있어서, 요리 과정도 일부 볼 수 있고, 주문이나 다른 부탁을 바로바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밥과 장국부터 내줍니다. 밥맛에 대해서 잘 알진 못하지만, 씹는 동안 쫀득쫀득 찰기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장국은 살짝 매콤해서 좋았고, 가쓰오부시 향이 좀 났습니다.
좌측부터 등심과 안심입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전형적인 맛있고 깔끔한 돈카츠입니다. 개인적으로 등심 끝의 비계가 좋았는데, 감칠맛이 살코기를 씹는 맛에 어우러져서 조화로웠습니다.
사실 돈카츠보다도 제 주목을 끌었던 것은 소금과 양념이었습니다.
소금도 출신에 따라 다양한 맛이 있는 줄 어렴풋 들어 알았지만, 무려 영국 왕실에서 인정한 소금이 따로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말돈(Maldon sea salt) 소금은 영국 에식스(Essex) 지방의 블랙워터강(Black water river)에서만 생산되는 소금으로, 마그네슘 함량이 낮아 쓴맛이 덜해서 고기와 먹기에 좋다고 합니다.
처음엔 소금과 와사비만 곁들여서 고기의 맛을 느껴보라고 권하십니다. 그 덕에 등심 비게의 감칠맛을 느꼈죠. 결정이 고와서 그런지 곁에 있는 드레싱에 닿으면 눈처럼 빠르게 사라집니다. 어떻게 사라진 소금을 보셨는지 종업원께서 바로 눈치 채시고 소금을 더 주셨습니다.
돈카츠 소스에 무려 밤꿀을 넣으셨다고 합니다. 첫맛은 평범한 시판 돈카츠 소스 맛이 나다가 중간부터 끝까지 색다른 달큰함이 느껴졌습니다. 밤꿀은 여기서 처음 먹어 보는데 일반 꿀과는 살짝 다른 맛이 나서 신기했습니다. 밤꿀에 대해 찾아보니 기존의 꿀에 비해 단맛이 덜하고 쓴맛이 조금 더 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쓴맛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하필 밤꿀을 쓰신 이유에 대해선 묻지 못했는데 지금 글을 쓰고 있자니 궁금해집니다.
자랑스러운 21세기 한국의 현대인답게 있는 힘껏 자극적으로 먹어보고자 제공해주신 모든 양념, 소금을 다 첨가했습니다. 역시 자극적인 맛이 제 취향에 딱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더 다양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식사 중 꽤나 자주 일월카츠 안국점(B)을 본점(A)과 헷갈리시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캐치테이블에 일월카츠를 검색하면 두군데가 나오는데, 둘 다 안국역 부근이라 헷갈리실만 합니다. 지도에 표기된 A는 계동길쪽이고, 캐치테이블에 '일월카츠'라고만 표기되어 있습니다. 안국점은 헌법재판소 옆에 있고, 캐치테이블에 '안국점'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두 가게의 거리가 멀진 않기도 하고, 헤메더라도 예쁜 계동길 구경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캐치테이블 어플로 입장하라는 알람이 떴을 땐 다급한 마음에 눈에 들어오지 않겠죠?!
📌 영업시간 > 11:30 ~ 21:00
브레이크 타임 > 15:00 ~ 17:00
마지막 주문 > 19:30